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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입력 할게요 무섭게 빨간색으로 입력 하라고 하지 마시라구요

2021-03-07 | 조회수 14 | 댓글수 0 | 추천수 0


제목 입력 할게요 무섭게 빨간색으로 입력 하라고 하지 마시라구요


원하는 노래를 소유하기 위해 숨죽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녹음하던 시절이 있었다. 분명 정말 숨죽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들어보면 미세한 잡음이 섞여있던 그런 시절이었다.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그렇게 녹음한 노래를 들으며 Wonder Wall이나 Don't Look Back In Anger 같은 명곡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나에게는 어둠의 경로를 떠다니던 익명의 작가들이 쓴 소설들을 보고 감동 받아 노트 다섯 권을 꽉 채워 이상한 글을 갈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리디북스 같은 것도 없었다. 나는 점심시간에 늘 도서관에 달려가 뜻 모를 책들을 그냥 읽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남들 방과 후 활동할 때 나는 그냥 도서관 구석에서 이상한 책 주워 읽고 일주일에 책을 다섯 권인가 빌려다 집에서 봤다. 나는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매년 다독상을 탔다. 너무 많아서 파일첩에 다독상 상장 파트만 따로 있을 정도다. 이런 시간들이 무색하게 나는 별로 비범한 사람은 아니라 작가 같은 것도 못되고 그냥 되는대로 살고 있지만, 나에게도 노엘 갤러거 같은 어떤 열정이 있었다면 최소 파워블로거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은 때가 있음^^;;

 

 

한국의 2021년 법정 최저시급은 8720원으로 하루에 다섯시간 정도만 일하면 한 달 동안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 왓챠, 리디북스 같은 플랫폼을 부담 없이? 아니 차고 넘치게 즐길 수 있다. 기간 맞춰 비디오를 반납할 필요도 없고, 노래를 다운로드하느라 컴퓨터를 마비시킬 일도, 귀찮게 어둠의 경로로 텍본과 불법 스캔을 구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넘치는 콘텐츠에 잠식될 수 있는 것이다.

 

 

어른들은 맨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애들을 한심하게 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애들을 마냥 한심하게 보는건 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더라. 그렇게 맨날 멜론만 듣던 애가 괜찮은 멜로디를 뽑아낼 수도 있는 거고 넷플릭스로 맨날 영화나 보던 애가 어느 날 창작욕이 불타올라서 영화감독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뭐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쿠엔틴 타란티노 같이 말이야. 저성장 시대, 풍요 속의 빈곤 등등 어째 자기 연민적인 단어들이 이 시대를 대표하지만 어쨌든 세상은 매일매일 바뀌고 있고, 범인들이 모르는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는 거겠지. 

 

 

 

 

 

 

 

 

 

 

근데 달빛천사 ost 모음을 들으면서 추팔하는걸 보니 나는 글러먹은 거 같긴 하당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