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ByOneself

현상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에 대하여

2024-02-01 | 조회수 197 | 댓글수 4 | 추천수 2


옛날에 썸 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에는 연인이 되기 전 그 기묘한 즐거움을 매우 비경제적으로 설명하곤 했다.
그러나 썸 이라는 단어가 나온 후 연애 시장에서 우리는 문장을 훨씬 경제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나 요새 이런 남자랑 연락도 하고 밥도 먹고 좋은데도 가고 기분도 멜랑꼴리한 상태야ㅎㅎ -> 나 요새 이 사람이랑 썸타
굴다리로 10초안에 텨와라 같은 한 시대를 잠시 풍미한 단어가 아닌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도 아마 살아있을 듯한 단어의 탄생을 보는건 흥미로웠음.
현상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대체적으로 흥미롭지만 오만군데 이름을 붙이는 것은 가끔 좃같기도 함.

지인b가 존나 이상한 새끼를 사귄 적이 있었음.
한녀적 무지성 친구 감싸기가 아니라 걍 내 남친도 아닌데 내안의 사이렌이 이년아 제발 도망쳐라고 말하고 있었음.
암튼 존니 이상한 새끼 답게 주변 사람들도 가관인 놈들 천지였고 별 이상한 짓거리도 참 많이 하고 다녔더라고. 제3자로서 듣는 재미는 있었음.
아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앞으로 그놈아를 병신쉨 이라고 하갯음.

병신쉨은 닉값이 오졌기 때문에 현실의 친구는 단 한 명도 없고 전부 트위터로 사귀었다는 친구들 뿐이였음.
친구들 라인업도 화려했는데 지 친구중에 본인을 "에이로맨틱" 이라고 칭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음.
에이로맨틱이 뭔데 씹덕아ㅋㅋㅋ 들어보니 무슨 섹스는 하지만 로맨스는 하지 않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고 함.
듣자마자 꼴깝 좀 떨지마 개웃기니까 라는 말이 튀어나옴

왜 에이로맨틱의 설명을 듣자마자 쌍욕이 나왔을까.
내가 에이로맨틱적 성향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감되지 않아서?
그렇게 따지면 난 육식인인 내가 베지테리안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사는건데

생각해 보니 난 사회적 합의와 공감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공식적 단어의 탄생을 극혐 하는듯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4027390
이 추세라면 독일어 어쩌면 세계 공용어가 될지도 몰라


꼬부랑할머니가꼬부랑랩을한다

2024-02-01

가스라이팅같은 단어는 타인의 뭣같은 행동을 당사자가 객관적으로 인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케이스라서 단어창조가 좋은 것 같다가도 피해호소인같이 가해자가 자기변호를 하기 위해 별별 용어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볼 땐 분노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 └  독거생

    2024-02-01

    님의 댓글을 보니 독박육아라는 단어 오남용 되고 있는 요즘의 작태도 떠오릅니다...


  • └  꼬부랑할머니가꼬부랑랩을한다

    2024-02-01

    오 독박육아도 좋은 예시네요 이게 맞벌이 부부가 가사노동 분담을 논의할 때 괜찮은 단어인데 한쪽 배우자가 외벌이인 상태나 프리랜서인 경우 등에 적용해서 사용하긴 애매한 것 같아서... 단어가 처음 만들 땐 그 단어가 사용되어야 할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서 오남용되기가 쉬운 것 같아요 시간이 좀 더 지나서 단어가 사용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정의가 자리잡으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및 바램입니다


유진정

2024-02-06

에이로맨틱의 설명을 듣자마자 쌍욕이 나온 이유는 걍 정상인이라서가 아닐까여.. 뭔데 씹덕아~ 너무 자연스럽게 씹련아로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