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ByOneself

고어는 왜 보는가

2024-01-26 | 조회수 165 | 댓글수 5 | 추천수 0


고어물을 손수 찾아보진 않지만 고어적 요소가 있는 창작물을 별 거리낌 없이 보는 나.
고어 또한 사실상 스캇물 같은 것과 마찬가지로 엄연히 마이너 취향이지만 마이너 취향중에 제일 대중적인거 아닌가 싶음. 넓게 보면 전쟁물도 고어고 좀비물도 고어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영화관에서 보며 ( 이정도면 입덕 인정해 ) 나는 왜 고어를 보는가 잠깐 생각해 보았다.

신체라는건 엄청 static 하다.
인간도 격정적 신체 변화가 오는 시점은 2차성징 뿐이고, 그 이후로는 서서히 노쇠할 뿐이다.
양서류나 갑각류 처럼 탈피를 하지도 않고 곤충처럼 변태를 하지도 않는다.
물론 탈피나 변태의 일환으로 계절마다 털갈이를 하고 각질도 벗겨져 나오긴 하지만 대단히 눈에 띄는 신체의 변화는 아니다.
변화 없이 노쇠만 해간다는건 사실 기계와 별 다를 바가 없다. 기계도 시간이 지나면 건들이지 않아도 노쇠한다.

고어는 이런 생물학적 fact를 가볍게 무시한다.
아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
나는 신체가 훼손 되자마자 생물이 죽는 고어물은 안좋아한다.

슬래셔, 스너프 필름 이런건 관심도 없고 보고싶지도 않음. 스너프 같은건 보는거 자체가 범죄고.
내가 좋아하는건 신체 훼손 후 기발한 방법으로 신체가 변형되는 장르다. 그러다보니 고어는 만화로만 보는 경향이 있음 쓰리디 쉬러

그러니까 내가 느끼는 고어물의 참맛이란 예를 들어 타이어나 비행기 같은 말도 안되는걸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그런 느낌임.
그래서 이토준지를 좋아한다. 고어를 요소로 그려내는 인간의 감정의 원형! 이것이야 말로 타이어로 스테이크 맛을 내는 기가막힌 셰프 아닌가.


이정도 쓰고 나니까 쓸 말이 없는데 이 글 뭔가 똥글 같음 그래서 아마 삭제할지도



독거생

2024-01-26

포스팅 하고보니까 그냥 인간이 수명이 졸라 길어서 격정적 변화 없어 보이지 인간의 시간을 양서류나 곤충의 시간으로 치환하면 인간도 격정적 변화 겪는거 맞는거 같음


고어즐겨보던 사람의 친구

2024-01-27

제 친구가 좀 다크다크한 성격이라 혈기 넘치는 중고딩적엔 영화 호스텔과 같은 고어영화를 즐겨보고 지냈는데 고어 장면 충격 먹더라도 금방금방 회복되고 곱창먹고 다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성인이 된지 5, 6년이 흐른 현재엔 고어 영화를 보면 잔상이 너무 오래가고 힘들어져서 더 이상 잘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어릴 때 오히려 개미분해 등 고어적인 거에 관심이 많은 경향이 있는데 자기자신의 넘치는 생명력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 └  독거생

    2024-01-26

    원래 중2병 측정기가 고어물 아니것어요 저도 해괴한 고어는 그때 젤 마니 본거 같기도ㅋㅋ 저도 친구분과 마찬가지로 옛날만큼 고어를 즐겨보진 못하겠더라구요. 급식이땐 세상 물정 몰라서 대상에 이입이 안되니까 영화는 영화다! 마인드로 분리가 가능한데 나이 먹고는 대상에 넘 이입이 되니 영화와 현실이 분리가 덜되는거 같습니다ㅋㅋ


  • └  고어즐겨보던 사람의 친구

    2024-01-27

    ㅋㅋㅋ 저도 생각해보니 중고딩때 잔인+공포물보고 괴담 찾아 읽고 그랬던 때가 있었네요 비슷한 사례로 톰과 제리도 약한 고어만화라고 생각되는데, 어릴 땐 톰과 제리 보면서 다리미에 톰 얼굴이 깔려도 깔깔대면서 봤는데 최근엔 같은 장면을 보고도 오히려 충격먹고 못 보겠다라고요


  • └  독거생

    2024-01-28

    같은 이유로 이제 나홀로집에도 잘 못보겠어요ㅋㅋㅋ 톰과제리는 애니메이션 이기라도 하지 나홀로집에는 거의 슬래셔물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