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ByOneself

똑똑해 보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2023-12-26 | 조회수 166 | 댓글수 0 | 추천수 6


내 주변에는 아직도...! 타블로가 스탠퍼드를 나오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설명할때 꼭 "무슨무슨 대학 나온 사람"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사람임. 근데 정작 본인은 좋은 대학 나오지 않았고 자식도 별로 좋은 대학 안나옴. 그렇다고 좋은 대학 기준이 매우 높냐? 그건 아님 국립대 정도부터 좋은 대학 나온 사람 취급 해줌. 여튼 그 사람에게 왜 타블로가 스탠퍼드를 나오지 않았냐고 믿는 것이냐 물으니까 그냥 타블로 말하는게 스탠퍼드 같은 좋은 대학 나온 사람 같지 않아서 (정확한 워딩으로는 "멍청해 보여서") 안믿는다고 했었음. 여튼 2023년에도 여전히 타진요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사건은 잊어버림



그러다 어제 우리말 겨루기 외국인편을 보게되었다. 아 참고로 우리말 겨루기 외국인편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재미를 보장함ㅋ 안보신 분들은 보세여. 아니 사실 걍 우리말 겨루기 재밌음 볼때마다 국적을 반납해야하는게 문제이긴 한데ㅋㅋㅋㅋㅋ 여튼 우리말 겨루기에는 파비앙, 새미, 럭키같은 이미 비정상 회담으로 유명한 외국인 3명과 웬 촐싹대는 미국인 아재 한명까지 총 네명이 나왔다. 이 미국인 아재는 뭔가 다른 패널들에 비해 낯선 느낌이라 방송 활동 한지 얼마 안된 외국인인가 싶었는데 이 글 쓰면서 나무위키 보니까 방송 경력은 생각보다 꽤 되고 은근 경력이 아카데미컬한 방송 위주더라고? 암튼 말하는게 영.... 스트리트 한국어 배운 느낌이라 이사람 점수 젤 낮겠구만 했는데 웬걸? 한국에서 제일 오랜 산 럭키, 결혼 안하고 자기 손으로 한국 영주권 따낸 지독한 프랑스인 파비앙을 제치고 이 미국인 아재가 결승에 간거임! 근데 이 아재 범상치 않은게 뭔가 말하는건 가벼움 그 자체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어 감각이 남다른거임. 이 사람은 전형적인 외국어 잘하는 사람의 언어 접근법을 빌트인으로 가진 사람이였음.



예를들어 "서둘러 판단하다" 라는 문제가 나왔고 속,장,단,정 이런식으로 글자를 섞어놓은 문제가 나왔었음. 정답은 속단이였지만 단정이라고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단 말이져? 이 미국인 아재가 처음 내놓은 정답은 "속정" 이였음. 그니까 "속" 이라는 단어가 speed 랑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접근한거임. 이 미국인 아재는 모든 문제를 저런 훌륭한 접근법으로 풀었고 결국 결승까지 감 (우승은 못함ㅜㅋ 문제 한국인이 봐도 어려웠음) 저 미국인 아재는 솔직히 별로 똑똑해 보이진 않았지만 똑똑하다고 인정 할 수밖에 없었음. 

저 방송을 보며 똑똑해 보이는 이미지 이런거 다 허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저 타진요 사건도 떠오르고 그랬음.



또 생각나는게 고등학교때 진짜 무식해 보이는 남자애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특별히 빻은 발언은 안했던거 같은데 그 남자애를 무식하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음. 어느날 어떤 애 부모님이 반에 간식거리를 쐈는데 그 남자애가 진짜 원시인처럼 우와와앍!!! 하면서 간식을 약탈 (...) 하고 게걸스럽게 다 먹어 치웠었음. 그 남자애가 생긴게 고릴라 상이라 더 원시인 같다고 느낀듯....  여튼 근데 그남자애 진짜로 무식했냐? 그건 아님. 성적 되게 좋았음. 근데 온 동네방네 자기 공부하는거 다 티내고다니고 좀 시끄러운 타입이였음. 왜 시험치고 답 맞출때 졸라 요란스러운 타입 있잖슴. 딱 그런 너낌. 아마 대학도 꽤 좋은데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걔는 내 기억에 걍 멍청해 보이는 애임. 이 남자애를 떠올려 보니 타진요 사건도 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뭐 이러나 저러나 제일 중요한건 살다보면 학창시절 성적은 남을 평가하는 가장 가성비 좋은 수단이긴 한데 꼭 100프로 믿을만한 지표도 아니라는 것임. 성적은 뒤지게 좋은데 일은 속터지게 못하는 사람도 있고 성적은 개판인데 일머리 좋은 사람도 있고 이 직장에서는 트롤 이였는데 딴 직장 가니 날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회사 생활 할땐 폐급 이였는데 자기 사업 하면서 날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혹은 커리어는 완벽한데 본인 인생에 대한 중요한 선택 할때는 바보 천치도 안할 것 같은 선택으로 인생 하드모드로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걍 사람을 판단하는 파라메터는 사실 너무너무 다양해서 뭔가 살면 살 수록 이 사람은 나빠 좋아 똑똑해 멍청해 판단하기가 어려워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