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ByOneself

유년시절 기억 1

2023-07-30 | 조회수 90 | 댓글수 0 | 추천수 0


청소년기 내가 방 청소를 잘 하지 못하여 힘들다고 엄마가 친척들에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나봄.

친척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엄마가 많이 힘든 상황이니 니가 일찍 철이 들어 엄마를 도와야 한다 너까지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아야 한다

너가 옷을 방 아무데나 놓는다던데 옷을 옷걸이에 거는 것이 힘들면 헹거에 걸쳐놓기라도 하면 어떠니 이런 이야기를 하였음.

그 전화로 내가 나쁜 딸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 전화 후 기분이 나빴고 친척의 말대로 하기 싫었음.


나는 청소를 잘 못했지만 더러운건 내 방뿐이였음.

옷도!!! 바닥에 널부러 놓지도 않았고 그냥 침대에 놓거나 의자 등받이에 걸쳐놨단 말임!!!

퇴근하고 돌아온 엄마가 "거실"이 더러우면 불같이 화를 내었기 때문에 공용공간은 어지르지 않았음.


근데 당시의 엄마는 회사 일도 잘해 내야 하고 자식들도 깔끔하게 잘 키워야 한다는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있었는데 

내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그 일을 잘 못해낸 것이 되기 때문에 매우 화를 냈었음.

하지만 나도 지독했던게 내 방은 계속 깔끔하지 못했음 ;;ㅎ

성인 되고 오늘의 집을 접하고 나서야 (!) 내 방은 깔끔해짐ㅎ


암튼 나중에서야 엄마가 워킹맘 이라는 두가지 타이틀 중 "맘"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나서야 우리 모두가 편해질 수 있었음.

엄마는 깔끔한 집안일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어서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자식들은 잔소리를 듣지 않으니 좋음.

워킹맘? 그거 절대 둘다 완벽하게 해낼 수 없는 타이틀임. 워킹과 맘 둘중 하나만 선택해야 함. 엄마는 워킹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탁월했음.

둘다 가져가려고 했다거나 맘을 선택했으면 아마 모두가 불행했을 것임.


어렸을때 엄마가 거실 어질러져 있는 걸로 화를 내는 모습과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들이 집 더러우면 한숨 쉬는 모습이 오버랩 되는 때가 있었음.

그때 깨달았음 아 엄마는 지금 아빠와 엄마 역할을 동시에 하고있구나. 근데 그건 힘든거구나

(최근들어 더 그 노고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하게 됨)

전통적 가정상에서 남자는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집안일 하고 애들 키우는 구조가 생성된 것은

그것이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를 굴러가게 만드는 합리적인 분업 구조라서 그런 것이군.... 하는 생각도 요즘 하고.



참고로 그렇게 나에게 전화 걸었던 친척은 친척 어른들 끼리 모인 단톡방에서 메시지 폭탄 보내시다가 한동안 벤당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