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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젠을 만나본 경험

2023-06-05 | 조회수 96 | 댓글수 0 | 추천수 0


ㅌ젠을 만나본 경험


제목을 ㅌ젠이라고 쓴 이유는 써방
근데 제목 저렇게 써방하는거 의미 있나 내용이 써방이 안되는데
 
 
열튼 얼마전 미국인 mtf 트젠과 며칠간 교류할 일이 있었다.
인상적인 일이였기 때문에 기록을 남겨본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1년여 전으로, 그녀에 대한 내 첫 인상은
"얜 왜이렇게 목소리가 이상하고 자세도 이상하지?" 
였다.
참고로 처음에는 트젠인거 몰랐고 나중에 알았음.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해서 트젠 특유의 (ex. 하리수) 그런 느낌이 아니라
 

https://youtube.com/shorts/OrVnQtdBL-E?feature=share 

 
이런 느낌이였음.
목소리에 안정감이 없고 부들부들 떨리는데
내가 한 마디 던지면 한마디로 답변을 하는게 아니고 다섯 여섯마디로 tmi를 마구 덧붙여 대답을 함.
나도 누가 한 마디 던지면 한마디로 답변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나는 그녀에 비하면 과묵한 편이였음.
 
그녀는 시종일관 관리 안된 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고개를 푹숙이고 있었다.
그 자리 사실 일종의 잔치였거든. 그런데도 정면을 보는 법 없이 고개만 숙이고 밥도 안먹길래 
내가 너 피곤하니? 요런 말을 했었음.
그러자 그녀는 피곤하진 않은데 자기가 얼마 뒤 중요한 수술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위험한 행동을 한다거나 잘못된걸 먹어서 그 수술이 잘못되는걸 원치 않는다고 했음. 나중에 알고보니 그 수술이 완트 되는 수술이였삼....
그리고 자꾸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굽히고 다녔던건 덩치 커보일 까봐 그랬다고 함.
 
그 자리에 별로 대화를 나눌만한 또래가 없었어서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대학생이고 취미는 전공서적 읽기라고 했음.
그리고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중국어와 유교를 공부했다고.
중국어는 그럴수 있는데 유교를... 왜 공부하지?;; 해서
혹시 전공이 동양학 이런거냐 물어봤는데 그런거 전혀 아니고 자연계열 이였음.
탈 인문대 한 예비공대생과 동양문화에 관심 많은 자연대생은 기묘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와는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얼마전 그녀가 한국에 잠깐 놀러 왔다.
나는 여름 옷을 입고도 더워 뒤지겠는데 그녀는 1년전 복장 그대로 내 앞에 나타났다.
참고로 1년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한겨울이였다.
그녀의 동행인은 보다못해 그녀에게 옷을 새로 골라주었음...
6년동안 한 번도 자르지 않았다는 머리도 미용실 가서 째끔 짤랐다고 한다.
나에게 얘기하길 5센치만 잘랐다고 하는데 너무 많이 잘라서 짧아진거 같다며,
내 머리보다 짧은거 같아서 별로라며 전보다 훨씬 나아진 머리를 연신 만지작 거렸다.
내가 "너 머리 나보다 길고 그만하면 예쁘다" 하니까 그때서야 
그래? >_< 하며 대화를 종결시켰다.
이런 대화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트젠임과 더불어 빡센 비건으로, 한국에서 식사를 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녀는 동행인에게 한국은 불교기반 국가라고 알고 있는데 어쩌다 육식이 판을 치게 되었냐고 물었다고 한다.
못먹고 살던 사람들이 한맺혀서 고기가 싸진 뒤 온갖 음식에 고기를 넣을 수 있게 되면서 육식 베이스의 요리법을 선호하게 되었다 라고 말해도 그럼 전통 요리법은 어디간거냐며 연신 질문을 했던 탓에 동행인은 피로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번에 그녀 숙소에서 나와 그녀 단 둘이 아침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냉장고에 내가 먹을게 좀 있다고, 같이 먹자고 해서 냉장고를 열어봤는데
그레인 보울과 피망, 두부, 방울토마토가 있었다.
어떻게 내가 절대 생으로 안먹는 애들 라인업만 골라서 있나 신기할 정도였다.
그것들을 구워먹을 수 있었으면 괜찮았는데 나는 생으로 소스 없이는 도저히 못먹는 애들이라서 그녀와 함께 편의점에 갔다. 
 
나 먹을거 사러 간건데 자연스럽게 비건의 시선에서 먹을거 못먹을거를 구분하고 있더라.
이걸 어떻게 알아차렸냐면 편의점에서 비건이 못먹을거 탈락 시키면서 한바퀴 도니까 먹을게 없었음ㅋㅋㅋㅋ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요거트와 감동란을 골랐다.
그리고 그녀의 숙소에서 서로의 아침을 즐겼다.
동행인은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할때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취급하는 곳으로 가거나
비건용 음식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한국이 비건 불모지라는건 좀더 고차원의 이야기이고, 일단은 그런 상황들이 너무 번거로웠다고.
 
 
 
짧은 시간동안 그녀와 그녀의 동행인 그리고 나 사이에 상당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블로그에는 이정도만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는 너무 개인적이고 딥해서 쓸 수가 업삼
 
아무튼 그녀의 동행인과 동행인의 가족은 그녀가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남게 하기 위해서
금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엄청 노력했는데 그녀의 출국 전날 결국 싸움으로 인해서 노력이 무색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 데리고 여행 시키기 참 힘든데 백그라운드가 특이한 사람 데리고 여행하는건 약간 서로가 힘든 일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