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ByOneself

불합리는 관망하기

2023-02-02 | 조회수 14 | 댓글수 0 | 추천수 0


불합리는 관망하기



대학 때 교수들이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규칙을 갑자기 만들었던 적이 있다.
당연히 학생들은 모두가 불만이였고 이건 항의해야 한다 여론이 만들어졌다.

당시 나는 말이 많고 정의감이 넘치는 20살이였다.
그래서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고 자연스럽게 무슨 1열 독립투사 자리까지 내몰림
그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음.

암튼 도와줄게! ㅇㅈㄹ 하면서 다같이 교수를 찾아갔지만 고작 21살 동기들은 교수를 보자마자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정확히 내 뒤로 모두 1발짝씩 뒤로 빠져서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비유적으로 저렇게 표현한게 아니고 진짜 물리적으로 뒤로 딱 한 발짝씩 가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

박사학위 소지자와 고졸이 하는 논쟁이란 모두가 예상하는바와 같이 흘러갔다.
다만 교수가 학생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여 100 불합리가 70 불합리 정도로 불합리의 정도가 줄어들긴 했다.
문제는 고작 100중 30 합리를 얻자고 내 학교생활이 아주 피곤해졌다는 점이다.
모두가 30의 합리를 얻었으니 좋은 결과가 아니냐! 할수 있지만 나는 30의 합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는데 이게 과연 옳은 것임?
그 교수 피해 다니고 혹시나 괜히 트집 잡아서 점수 낮게 줄까 봐 그 교수 과목 공부 개 힘들게 하고...


암튼 저 일이 있고 난 후에는 심각한 불합리가 아니면 절대로 총대를 메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 뒤로 총대 멘 적 거의 없음.




사람들은 생각보다 불합리에 내성이 강하고 빨리 가라앉으며 남들에게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