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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점의 기억

2019-03-27 | 조회수 73 | 댓글수 0 | 추천수 0


신점의 기억


이것도 꼭 기록할만한 것이였는데 까먹었군


때는 작년 11월

ㅅ벅을 때려치고 친구들과 간 통영여행

이틀동안 잘 여행하고 마지막날이였음

동피랑서 고속버스 타기 몇시간 전 카페서 노가리까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D가 꼭 여기서 사주를 봐야겠다며 결연한 표정으로 카페 주인분께 가서 여기 용한 사주쟁이가 있냐고 물어봤다.

그분도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ㅇㅇ보살님이 사람들이 사부작사부작 (이란 표현을 구어로 들은 것이 오랜만이라 난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많이 가는 듯 하다며 추천해줬다.


하지만 ㅇㅇ 보살님은 휴업중이셨음

지리산에 계신다고 하셨다.

우리는 산의 정기를 받으러가셨나 싶었다.

나는 D가 포기하려나 싶었는데 정말로 삘이 꽂혔는지 그녀는 필사적으로 다른 분을 찾았다.

동피랑 골목 구석구석엔 점집이 많았다. 이것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코스인가 싶었다.

나는 사주에 관심은 많았지만 이왕 보는거 금액이 한 두푼 아니니 알아보고 가자 주의여서 그렇게 갑작스레 가는건 사실 탐탁친 않았음


그러다 고른ㄴㄴ보살님 

애석하게도 그분도 집에 계시지 않았다.

하지만 D는 우리가 멀리서 왔음을 어필하였고 그녀의 간절함이 ㄴㄴ보살님께 닿았는지 ㄴㄴ 보살님은 지금 동사무소에 갔다가 집에 가는길이라며 기다려달라 하셨다.

나는 그런분들도 동사무소 일을 보는구나 신기했었다.


한 20분정도 기다렸을까, ㄴㄴ보살님이 오셨다.

정말 흔한 할머니처럼 생기셨다. 오후 4시에서5시 사이에 시장가면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혀 그런일을 하실 것 같이 생기진 않으셨었다. 미디어에서 내보내던 그런 포스있는 인상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소리임.

점집도 정말 시골에 흔히 있는 주택집이였다. 

나는 이렇게 장사를 하면 (그리고 현금장사인데) 어떻게 세금을 신고하나 궁금했다.


뭐 아무튼

ㄴㄴ보살님은 우리를 어떤 방으로 데려가셨고 

그 방은 좀 보던 그런 방이였다.

불교스러운 그림도 있고 제단? 비슷하게 뭐 그런거 있고

낮은 테이블과 방석. 


우리는 쭈뼛쭈뼛 방석위에 앉았다.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볼 생각이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돈도 좀 부족했던거 같고...


아무튼 원래 사주는 내꺼만 보는게 아니고 가족꺼를 한꺼번에 보는게 좀 정확함.

친구는 자기꺼는 기억이 나는데 가족꺼가 기억이 안나서 부모님께 전화해서 생년월일시를 물어봄ㅋ 


처음엔 믿음이 안갔다.

왜냐면 ㄴㄴ보살님이 음력시를 너무 못찾으셔서.... 

내가 찾다가 답답해서 생시 수정해줬던거 같음.


뭐 아무튼 음력생년월일시를 다 찾고


갑자기 ㄴㄴ보살님은 눈을 감고 이상한 소리를 내셨다

휘유유유유유유유 이런 소리였다.


그렇다...! 이거슨 사주풀이가 아니고

신점이였던 것이다.

우리가 들은 소리는 신이 오시는 소리였던 거시다...!

우리는 쫌 당황했지만 이미 무를수가 없는 시점이라 신점에 빨려들어감.

나는 신점이란게 신이 빙의해서 신이 직접 말을 해주는 느낌일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무당(?)이 신의 목소리를 듣고 전해주는 식이였음

흥미로웠다ㅋ


친구의 내용은 말할수는 없지만

친구의 신점 내용을 옆에서 듣고있는데 어랍쇼 쫌 잘 맞추는 것임

웃긴건 신점 보다가 갑자기 항아리뚜겅 여시면서 돈 밑에 넣으라고함

우리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헐레벌떡 돈을 넣었다ㅋㅋㅋㅋ

왜 코메디영화서 점 보다가 돈내노라고 하면 점 보는 사람들이 헐레벌떡 돈봉투 놓잖아

딱 그런 느낌이였음.


아무튼 친구 내용을 듣고는 나도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돈을 탈탈 털어 나도 보았다.

나한테는 곧 외국에 나간다니까 그냥 잠깐 있다가 오라고 했다.

기분이 우울햇따

왜냐면 난 평생 외국을 떠돌면서 살 생각이였으니까.

지금은 잘 모르겠다ㅋ 


글고 손으로 하는 직업을 가지라고 했따

우리집서 손으로 하는거에 제일 젬병인 난데 (외가가 다 손재주 ㄷㄷ함 나는 쪼렙)

지금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셨는데.... 난 그때 무직상탠데 그래도 뭐라도 말해야 할거 같아서 커피 만든다고 햇음

그것도 괜찮다며 (아마 평생직업으로 삼기 괜찮다는 소리) 외국서 손으로 하는 기술을 익혀 한국에 오라고 하셨음


가장 인상적이였던거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엄마랑 인상이 많이 닮았다고 하는거심

참고로 나는 엄마 20대때랑 똑같이 생겼다. 어느정도였냐면 동생이랑 나랑 옛날 앨범 뒤지다 엄마 대학교 졸업사진 봤는데 내가 모르는 내 사진인 줄 알았을 정도.

아무튼 엄마랑 비슷하게 생긴 애들은 엄마랑 (남자)팔자가 비슷하다고 했음

제일 우울햇따

엄마는 괜찮게 생겼지만 남자보는 눈이 통탄스러울 정도라 (개 쓰레기들을 만나지는 않지만 좋은사람에겐 절대 매력 못느끼는 타입) 만약 내가 엄마랑 남자복이 비슷하다면 쫌 인생이 슬플것이거든


사실 친구는 가족사주를 다 알려줘서 그른가 엄청 많이 재밌게 봐줬는데 나는 일단 버스 시간도 타이트했고 내 사주밖에 안알려줘서 그런지 쫌 노잼이였음. 어쩌면 내 인생처럼 사주도 노잼인가 싶고ㅋ


아무튼 인상적인 경험이엿따. 왜 사람들이 연말연초에 사주에 미치는지 알거같았음.

하지만 나는 더이상 안볼 것 같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