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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 싫어하는 이유와 한인 커플에 대한 생각

2022-12-09 | 조회수 95 | 댓글수 0 | 추천수 1


허각 싫어하는 이유와 한인 커플에 대한 생각


허각 자체를 싫어하는건 아니고 사건이 있었음
좀 긴 얘기인데 갑자기 썰풀고 싶어서 썰 풀어봄
호주일기 폴더도 좀 살려보자고....


카불쳐 딸기픽커 외노자의 나날 88일 이후 나는 다시 멜번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차례 도시에서의 아픔 때문인걸까 아니면 농장순이의 때를 못벗어서 일까. 혹은 한 집에서 8명이 바글바글 살던 것이 지긋지긋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아무튼 나는 도시 외곽에서 살고싶어 했다.


백팩커스에 앉아 호주바다에 접속하여 외곽 위주로 집을 찾아봤다 (비극의 시작)
시티서 샌드링햄 라인을 타고 5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브라이튼 이라는 곳의 쉐어하우스 라고 했다.
나를 맞이한 한인 커플은 나이차이가 5살이 났고 남자가 호주 영주권이 있으며 둘은 곧 결혼할 사이라고 했다.
여자는 작고 까만 쥐처럼 생겼던 기억이 나고 문제의 이 남자가 허각을 닮았었다.
이제부터 편의상 여자는 까만쥐 남자는 허각남이라 칭하겠음.

이 예비 부부는 집에 대해 설명하면서 일전에 외국인들도 받았는데 집도 더럽게 쓰고 말도 잘 안들어서 이젠 한국인만 받는다고 했다 ( 비극의 플래그1 )


외곽에서의 나날은 쉽지 않았다. 트레인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동네에 카페잡을 구했는데 보스가 ㄹㅇ 개또라이였다. 같이 일하던 한인언니랑 극한의 고통의 나날을 보냄...

그러던 와중 허각남이 나에게 요새 일은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보스가 또라이라 힘들다 이런식으로 얘기를 했음.
그러니까 갑자기 대뜸 그럼 빨리 페어워크 (한국의 노동청 같은 호주의 기관)에 신고를 하라며, 자기가 신고를 여러번 당해봐서 (???) 어떻게 잘 신고하는지 안다며 신고를 얼른 진행하고 물어볼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며 숨도 안쉬고 이야기를 하였다 ( 비극의 플래그2, 이때 당장 짐싸서 도망쳤어야...) 그러면서 자기가 한식당을 여러번 운영을 했었지만 계속 신고당해서 지금은 접고 아무것도 하고있지 않다 모 이런 이야기를 하였음. 나는 그때 시티잡이 꽤나 절실한 상황이였기 때문에 보스를 신고할 생각까진 없었다.

그치만 그 일은 감히 버틸만한 것은 아니였다. 결국은 그만두고 시티에 잡을 새로 하나 구했는데 이게 브라이튼에서는 통근이 영 힘들었다. 그래서 브라이튼 쉐어하우스에서 산지 두달이 조금 넘었을 무렵 패널티를 내고 시티로 가기로 결정했고 노티스를 냈다.

그때부터 허각남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어느날은 갑자기 냉장고 내 칸에 있던 레몬이 없어져 있었다. 그때 마침 허각남이 옆에 있었고 나는 허각남에게 냉장고에 레몬이 있었는데 못봤냐고 물어봤다. 허각남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 자기 아내가 쓴거 같다고, 라임 쓰라고 라임이 더 비싸고 좋은거라며 지가 쓰고 남은 라임을 던져줬다 (???) 기분이 이상했지만 싸우기 싫었다.


레몬사건 이후 며칠뒤, 나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누가 미친듯이 화장실문을 노크하는거다. 물을 끄고 확인해보니 허각남이였다. 그는 머리에 염색약을 덕지덕지 묻혀놓고 있었다. 그러면서 말하길 빨리 나올 줄 알고 염색약 발랐는데 내가 너무 늦게 나와서 눈이 맵다며 화장실로 쳐들어와 머리를 박박 감았다. 그러면서 성질을 있는대로 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오래 씻었나? 싶어서 씻은 시간 대충 계산해보니까 20분 정도 씻었음;;


그날 저녁 난 이 집 사람들이 진짜 이상한 사람들 이란걸 뒤늦게 깨닫고 그들 부부의 방으로 찾아가서 대화를 시도하였다 (비극의 플래그3)

나는 허각남에게 최근 나를 대하는 태도가 좀 이상하신거 같다고 얘기했고 허각남은 기다렸다는 듯이 평소에 자기를 보면 인사도 잘 안하고 무시하는거 같고, 자기는 딴에 친절하게 대한다고 라임도 주고(??? 훔쳐먹었잖아 시발롬들아) 페어워크 신고 절차도 알려줬는데 내가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고 건방져서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거라고 말했다.


저 말이 갓 혼인신고까지 한 아내를 옆에 두고 할 얘기가 아니란걸 그땐 빠르게 캐치하지 못했다. 허각남이 꽤 위협적인 태도로 나오기도 해서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대화를 필두로 꽤 크게 다투었고 허각남은 누가봐도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얄미운 까만쥐는 옆에서 애써 그 상황을 무시하며 핸드폰만 했다. 지금 와서 보면 그 상황에서 밖으로 안나가고 다 들으면서 폰 하는것도 되돌아보면 보통 멘탈 아님;;


허각남과는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았고 허각남도 내가 별로 겁먹은티 안내고 바락바락 대답하니까 그냥 아예 그럴거면 너 3일안으로 나가!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거에 대해서도 내가 부조리함을 조목조목 이야기 했으나 이미 허각남은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gg 결국 지쳐버린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 물론 허각남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디파짓 늦게 돌려주며 시간 질질끌기를 시전했으나 나의 개지랄로 인하여 결국 돈을 돌려 주었고 (백달러 정도 떼먹었던 듯) 골드코스트로 튀었다.


암튼 저 사건 이후로 허각을 닮은 사람들을 볼때마다 자동적으로 표정이 썩는데
문제는 허각상이 한국에 워낙 많아서 사건이 일어난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ptsd에 시달리는 중임

허각남 같은 경우는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가 있었던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마음에 안든들 어짜피 나하고는 하루에 마주치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도 안되었다. 그냥 나한테 방세나 받고 뒤에서 까만쥐랑 씹으면 될 일이지 아내 보는 앞에서 딴 여자랑 말도 안되는걸로 실랑이 피웠던 모습은 누가봐도 제정신이 아니다. 내 예비 신랑이 그랬다면 파혼을 고려했을 것이다.

허각남 사건은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나는 여자친구가 있는 한국남성은 비교적 ^안전^ 할것이라 생각했다. 최소 오징어 지킴이 여자들이 남자친구를 가드쳐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허각남 이전에 만났던 대부분의 커플은 그러했다. 그치만 세상엔 허각남 커플같은 커플도 있었다.

허각남 사건 이후 나는 꽤 오랫동안 해외에 자리잡은 한인 커플들을 남의 피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 같은 놈들이라고 저주하며 살아왔다 (허각남 커플 말고도 유학생이나 워홀러들 괴롭히는 한인 커플 or 한인 부부 많이 봄) 지금은 모든 한인부부가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저 편견이 박살난거도 아님..^^ 여전히 어느정도 유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