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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농장 ] 플랜팅의 기억

2019-08-12 | 조회수 36 | 댓글수 0 | 추천수 0


[ 호주 농장 ] 플랜팅의 기억


전 글에서는 내가 스탠소프에서 카불쳐로 행하게 된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었음.
좀 더 덧붙이자면
사실 난 사기당해서 카불쳐로 온거임ㅋ

어떻게 된 사연이냐.
대책도 없이 스솦서 집도 잡도 모두 노티스를 내버리고 온갖군데 전화를 돌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부 시즌이 밀렸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결국 카불쳐로 향하게 되었었죠. 하지만 제가 카불쳐를 막 생각없이 가지는 않았어요.  쥬키니 팩킹 아울리 잡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간거거든요. 그때 저를 브리즈번까지 데려다 주셨던 오일쉐어 차주분이 말렸을때 말을 들었어야 하는건데... 농장 쉐어하우스에 막상 짐을 풀기도 전에 하우스마스터분이 쭈뼛쭈뼛 하면서 말을 하는데 자기도 나 블번 막 도착하고나서 들은건데 원래 내가 하기로 했던 쥬키니 팩킹 아울리 잡이 두시간전에 없어졌다는거예요. 대충 예상은 했었어요 이런 상황을. 사실 카불쳐에서 주키니 팩킹? 그것도 아울리? 의심스러웠어요 하지만 일단 믿고 향했던거죠. 그때는 카불쳐 플랜팅 기간이였거든요. 플랜팅이란게 뭐냐면 딸기모종을 밭에다 심는 일인데 씨발 존나 힘든 일입니다. 스탠소프서 딱 하루 하고 울면서 집 왔어요. 해봤기 때문에 좆같은걸 매우 잘 알고있는지라 아마 분명 며칠 시키긴 할텐데 안해야지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막상 이미 시발 다 도착했고 내일부터 당장 나갈 수 있는 일은 플랜팅 뿐이였어요... 울면서 나감. 근데 웃긴건 저 하우스마스터랑 지금 완전 인생 절친됨ㅋㅋㅋㅋㅋ 이것에 대해서도 차차 이야기를 풀겠어요.

사실 여기서 도망칠수도 있었어요. 누구도 절 잡지 않았어요. 심지어 그 이후에도 카불쳐와 손절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시발 한국인 종특의 정과 존버정신 때문에 이사단이 난거죠...후후 아무튼 지옥의 플랜팅 기간이 시작되었어요.

개 시벌 존나게 힘이 들어요. 플랜팅은 힘들고 돈이 안됩니다. 딸기 모종을 그냥 바닥에 처 박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긴 한데 엄청나게 무거운 딸기모종 자루를 본인이 직접 지고 다녀야 해요. 밭이 드라이하면 모종이 제대로 안박혀서 스프링쿨러를 트는 경우도 있는데 스프링쿨러 맞으면서 일하면 인생에 대한 온갖 회의감이 듭니다... 비와도 일을 하는데 차라리 비맞으며 일하는건 괜찮아요 근데 스프링쿨러 맞으면서 일하면 진짜 자괴감 오짐. 무엇보다도 계속 허리를 숙이고 일해야해서 허리가 너무너무 아픔. 일한지 3일차인가? 생리는 터졌는데 하필 일이 너무 늦게까지 지연되고 (보통은 플랜팅은 아무리 늦게 끝나도 작업시간 6시간 안넘음) 비오고 스프링쿨러 틀고 난리가 나서 내가 진짜 일하다 주저 앉아서 울었던 적도 있었음. 보통 모종 천개를 박으면 35불에서 40불 받아요. 정말 잘 주는데는 50불 주는데도 있긴 한데 극소수임. 보통 40불 선이라고 보면 됨. 같이 일했던 스페니쉬 남자애는 우리가 무슨 20세기 노예같다고 고개를 저었어요.

내가 처음에는 2000개 남들 도움 받아서 간신히 박았어요. 이게 컨츄렉잡이긴 하지만 힘들다고 난 중간에 갈 수 없어요. 왜냐면 난 차가 없으니까요. 픽업차 타고 가야하니까요. 너무 힘들면 중간에 gg 치고 쉴수는 있어요. 근데 남들 다 일하는데 쉬는 내 기분도 떨떠름해서 결국은 일하게 돼요. 아무튼 하루 전체 할당량이 끝나야 집에 가니까 잘하는 사람들은 자기껄 끝내고 남들을 도와줘요. 그렇게 처음에는 도움받아서 2000개 간신히 박다가 플랜팅 끝날 즈음에는 혼자 3500개 정도를 박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정도 박아도 돈은 안돼요. 주에 300불 넘기면 잘 번거였어요. 다행히 플랜팅 기간은 2주 남짓이였고 2주를 열심히 존버해서 컷팅으로 넘어갔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혹시 플랜팅을 하게 된다면 난 시발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릴거예요.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거든요. 간혹가다 좋은 팜 들어간다구 3월달 플랜팅부터 존버하는 바보 (댓츠 미) 들이 있는데 절대로 그럴 필요 없어요. 플랜팅을 해야만 좋은데 들어가는게 아니예요. 그동안 시즌 맞춰서 다른 작물 하다가 넘어오는게 맞는거예요. 플랜팅 따위는 힘 좋은 외국놈들한테 맡깁시다. 그런애들은 이틀하고 도망가서 그러치... 아무튼 이 글을 읽고있는 여러분들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