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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농장 ] 스탠소프

2019-08-12 | 조회수 35 | 댓글수 0 | 추천수 0


[ 호주 농장 ] 스탠소프


본인은 스탠소프라는 동네에서 잠깐 농장을 탔었음.
스탠소프라는 곳은 브리즈번에서도 차로 꼬박 세시간 반을 쉼없이 달려야 있는 동네임.
이런 시골 깡촌에 어쩌다 입성 했느냐 하면

야심차게 온 멜번서 잡 구하기를 실패하고
어짜피 2년은 있을 생각으로 온거니 미리미리 세컨을 따고 다시 시티잡에 도전할 생각이였음.
그 많은 농장중 왜 스탠소프였냐 하면 그냥 카불쳐 번다버그 밀두라 피하다보니 스탠소프로 결정남.



우선 스탠소프로 가기 위해선 여러가지 방법이 있음

1.한인 사이트에서 픽업차를 구하거나 (비쌈)

2.퀸즐랜드 단톡방에서 오일쉐어를 구하거나
   ->싸지만 공항에서 바로 스솦까지 가는 차는 거의 없을 뿐더러 내가 원하는 날짜에 스솦에 가는 차가 있는것도 운이 필요함

3.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그마저도 고속버스는 오전에 한 대 오후에 한 대 하루에 딱 두대밖에 운행을 안함.
그거 타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탄 사람이 나야나


나는 멜번서 짐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는데 그 짐을 다 이고지고 가겠다고 했다가 공항서 20키로 가까이 오바되서 공항서 울면서 물건 다 버림
아무튼 그 무거운 짐들을 지고 고속버스를 타고 4시간반을 달려 스솦에 도착함.






처음 스솦을 보았을때 그 광경... 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듯 싶다^^ㅎ
타운이라고 하는데가 진심 10분이면 정복 가능함.
우선 콜스가 없는 동네임.
울월스가 거의 먹다싶이 했고 알디와 아이지에이가 있긴 한데 울월스에 비해 장사가 잘 안됨...
그와중에 한인마트 있는게 킬링포인트임. 말은 한인마트인데 그 동네 아시안들을 위해서 중국 식재료도 팔고 일본 식재료도 곁들여 팔고... 뭐 그럼
그럴싸한 식당도 몇개 없고 한인이 하는 (ㅅㅂ 그마저도 한인 식당인게 또 킬포) 식사랑 커피 둘다 파는 식당이 있는데 그나마 그거도 워홀러들이 먹여살림. 오지들도 가긴 감.
마을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고 (콜택시 느낌의 택시는 있는 듯 하지만) 우버? 당연히 없고요ㅋ
그냥... 아무것도 없음. 이 지역 로컬들은 무조건 차가 있다. 아니 차가 없으면 걍 다리 하나 없는거라고 누가 우스갯소리로 얘기했는데 그 말이 맞음.
차가 없어도 살수는 있는데 없으면 존나 불편한거임.





스탠소프의 인종 비율을 나누어보자면 70프로는 아시안 (한국, 대만 소수의 일본)  이고 29프로는 오지 1퍼센트의 기타등등 국적들이 있음. 아니 그런 깡촌에 어쩌다 그렇게 아시안들이 드글드글 하게 되었냐구여?

우선 스탠소프는 차있는 경력자들에 한해서는 1년 내내 일할 수 있게 작물이 많긴 함. 근데 그것마저 대부분은 밭작물이라 뉴비들은 힘들다는 점. 코스타 선레이 레드쥬얼 레드힐 같은 퀸즐랜드내 대형 팜들도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꽃은  ssr 이라는 딸기모종을 키우는 회사인데 이게 핫함.


ssr (애칭 스스알)은 퀸즐랜드 전역에 딸기모종을 키워다 파는 회사인데 이게 손 느린 사람도 가볍게 주천을 벌 정도로 꿀 직업이라 원래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그런데였다가 정보력 좋은 아시안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이게 엄청 핫해짐. 대만 한국인 네트워크 무엇...?

암튼 이게 어느정도로 인기가 많냐면 이게 일년에 딱 두시즌 그것도 한 달 정도만 하고 빠지는데도
아무리 손이 느려도 주1000을 넘기니까 사람들이 한 달 전부터 스솦에 와서 대기타고 있다가 (대부분 경력이 있으니 다른거 알바 뛰면서 존버) 그거만 딱 한달 하고 빠짐. 더 괴물들은 여기서 투잡까지 뜀. 근데 그런 괴물들이 생각보다 매우 흔함^^

아무튼 사실은 나도 이걸 노리고 예년에는 1월말에서 2월초까지는 리스트업이 된다고 해서 2월 극초에 스솦에 가서 신청했는데 올해 스스알측이랑 다른농장들 측이랑 트러블같은게 있었는지 리스트업이 안되서 결국 다른 딸기픽킹 잡 구해서 3주정도 했었음. 소문에는 스스알 한다고 워커들이 알바만 하다가 스스알 되면 빠져버리니 다른 농장들 측에선 아니꼬와서 뭔가 불만을 제기했다고는 하던데 사실 루머라 진짠지는 모름.

스스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베스트라는 인력소개사무소에 가서 리스트업을 해야함. 뭐 메일 보내고 그런거 안되고 무조건 베스트 가서만 등록해야됨. 근데 이마저도 올해는 베스트에서 이걸 오후반만 관할하고 오전반은 아그리라는 대만 사이트가 관할하는 바람에 중간에 신청을 다시하고... 아주 다사다난 했었음. 이 과정서 빨리 각 재고 탈스솦 한 사람들도 있었음.

이 베스트라는 곳은 원래 스솦 전체의 농장에 사람들을 보내는 일을 해왔었음. 일종의 스솦 전용 컨츄렉터인거임. 다만 이들은 오로지 잡만 알선해줄 뿐이라 거기까지 어떻게 갈지는 워커의 몫임. 그래서 애초에 차가 없는 애들은 일자리 알선을 안해줌. 일 소개해줘도 차가 없어서 못갈건데 왜 해줌? 이마저도 이젠 한국대만 컨츄렉터들이 스솦에 많이 들어가 있어서 사실상 베스트가 하는 일은 그냥 스스알 리스트업 뿐...

그럼 한국인 컨츄렉터들이랑은 어떻게 컨텍하느냐, 스탠소프엔 오픈카톡방이 있음. 800명짜리가 있고 400명짜리가 있는데 올라오는 내용들은 거의 비슷함. 아무튼 거의 여기서 일자리가 알선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하우스 마스터들이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경우도 있음. 근데 컨츄렉터들이랑 하우스 마스터들이랑 다 호형호제함^^ 한인네트워크가 얼마나 잘 되어있으면 어디서 교통단속 뜨면 실시간으로 전화해서 야 어디 스트릿 지금 단속한다 조심하샘 이런거까지 다 알려줄 정도.

나도 하도 베스트가 일을 안하니 결국은 단톡방 통해서 픽커일을 구했었음. 내가 있던 곳은 이스턴칼라라고 되게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식 안좋았는데 막상 가보니 단가도 괜찮고 딸기양도 나쁘지 않았었음... 데이오프가 많긴 했는데 잘만 딴다면 나쁘지 않았겠지만 나는 농장일도 처음이고 그 단가가 엄청 좋은 단가인지도 몰랐어서 대충대충 일하다 걍 그만둠...

그만둔 이유로는 사실 여러가지가 있었지만서도
우선 나는 스탠소프라는 동네가 너무 견디기 힘들었음.
길거리 나가면 한국인 대만인 천지라 여기가 지금 대림인지 호주인지 감이 안잡히는 수준이였고 친구라곤 한국인 친구 조차도 없었고 내 자력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아무군데도 없었음. 대중교통이 없었으니까.
오일쉐어로 거의 매주 브리즈번을 나가느라 얼마 벌지도 못하는 돈이 적자가 나고 그랬음.
그러다 멜번까지 간다는 오일쉐어 타고 무작정 멜번으로 도피 여행을 가버렸음. 집이랑 일 다 노티스 내버리고. 그렇게 멜번까지 가서 마음 리프레시 하면서 그때 시즌이라던 워킹호스텔 지역에 전부 전화를 때렸었음. 내 상황과 성향을 고려했을때 나에게 맞는 곳은 워킹호스텔이라고 생각이 들었거든.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북쪽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남쪽은 비가 너무 안와서 시즌이 전부 밀렸다는 대답이였음. 사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돈도 충분했고 2주정도 웨이팅이야 할만했으니 그냥 그런데 갈걸 그랬다는 생각이^^.. 


아무튼 스탠소프...
거기서도 잘 지내는 사람들 분명히 있고 그런 사람들 봐왔음.
하지만 나처럼 안맞는 사람들도 있음.
외국인 친구들 많이 사귀면서 대화 많이 하고싶어하는 사람들에겐 감히 최악의 도시라고 말하고 싶음.
여긴 그냥 한 철 돈 벌고 빠지는 동네임. 그마저도 차 없는 비경력자들은 힘듦.
룸메였던 한국인 언니는 농장경력도 꽤 있었지만 차가 없다는 이유로 결국 다시 카불쳐로 가고 말았음. 차 없는 사람들도 살 수는 있는데 꽤나 고군분투 해야할거임.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은 스탠소프로 향할 계획일수도 있음.
나는 올해 굳이 가겠다면 말리고 싶음. 작년이랑 올해랑 지금 기상상황이 비슷해서 퀸즐랜드 전체적으로 작물이 다 망했음. 세컨만을 위해서라면 모르겠는데 돈을 벌러 갈거라면 제고하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