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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카불쳐 2편] 카불쳐 그 거대한 피라미드에 대하여

2021-10-10 | 조회수 74 | 댓글수 0 | 추천수 0


[호주 카불쳐 2편] 카불쳐 그 거대한 피라미드에 대하여


사실 카불쳐 헬불쳐 참 귀여운^^ 애칭들은 많은데 상당수 호주 워홀러들은 카불쳐가 뭔지도 모르고 앵무새처럼 헬불쳐 이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카불쳐는 퀸즐랜드주에 있는 시골동네 이름이다. 물론 호주인 관계로 한국의 광역시 보다도 더 클 것이다. 이곳은 시골이라 농장이 엄청 많다. 농장일은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한다. 왠지 농장, 밭 하면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혼자 하루종일 밭매고 풀뽑고 하는거 생각나지만 우리나라도 사과같은 작물들은 많은 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농번기 되면 동네 사람들, 외노자 등등 다 끌어다 돈 줄테니까 제발 수확좀 도와줘~ 하고 작물 수확하고 그런다. 그렇게 수확한 애들을 포장하는 곳에 보내 예쁘게 포장하고 마트로 보내고 그런걸 우리가 사먹고 하는거다.

암튼 농사 짓는데 있어서 사람이 많이 필요한 특정 시기들이 있다. 모종 심기 기간 이라던가 수확 기간 이라던가 그런때. 인원이 20~30명 이렇게 필요한데 농장측에서는 20명~30명 하는 애들다 관리하기 너무 귀찮다. 농사 짓기도 바빠 죽겠는데 사람 매니지먼트까지? 어우 귀찮아 귀찮아. 이런애들을 매니지먼트를 대신 하겠다고 하는 애들이 컨츄렉터라는 사람들이다. 컨츄렉이라는건 사전적 의미로는 계약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컨츄렉터라는 애들은 계약하는 사람 모 그런 뜻이지.

이게 어떤 직종이던 중간에 사람이 끼면 돈이 증발하게 된다. 사실은 당연한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노동력 제공인데 그 사람들은 뭐 땅파서 먹고사나. 그치만 이 컨츄렉터들의 문제는 착취 이윤률이 과하고 악랄하다는거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피라미드 형태로 드러나지 않는 비선실세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걍 구글에 피라미드 검색했는데 젤 앞에 나옴)



카불쳐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아마 썬브리즈번 구인글을 보고 결정했을 것이다. 걔네가 구인글 올리는 일종의 양식이 있는데 다 똑같다. 오늘 이 글 쓴다고 진짜 오랜만에ㅋㅋㅋ 썬브리즈번 들어가보니 옛날처럼 과도한 사기는 많이 줄었는데 그래도 여전함.

우선 옛날엔 카불쳐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좋았었어서 그런가 카불쳐라는 지역명을 쓰지 않고 그 근처의 다른 지역 이름을 가져다 마치 카불쳐가 아닌 양 공고를 올리곤 했었음. 그때 많이 언급되던 지역이 도니브룩, 비어와, 모레이필드, 버펜가리 이런 곳. 이 지역들에도 물론 농장들이 있긴 하지만 이 지역들은 다 카불쳐에서 차로 20분이면 가는 곳들이고 이 지역에 숙소를 구해다 외노자 애들다 때려 박아놓고 카니발 한대 사다가 아침에 픽업 해다가 카불쳐 농장 데려다 놓고 일시키고 저녁에 집에 드랍해주고 그런 형태로 일을 함. 걍 어디 구로 디지털 단지 이런데 출근하는 외노자들이랑 똑같음ㅋㅋㅋ 지금 썬브리즈번 들어가보니 아예 이젠 농장글은 지역 말머리가 생겨서 카불쳐면 카불쳐 말머리를 달아야 하는구만. 한결 낫군.

올리는 글 내용은 대부분 작물이 너무 많아서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지금 제일 잘하는 애가 하루에 얼만큼 따고 주에 1000불 2000불 벌어간다!! 이런식으로 작성된다.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현 호주 환율 기준 1000불은 87만원, 아니 호주 환율 겁나 올랐네? ㅂㄷㅂㄷ....) 하지만 농알못들은 1000불 2000불 이란 글자만 본다. 나머지는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니 시티서 주에 1000불 벌려면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해야 되는데 농장에선 하루에 8시간만 일하고 오후에 놀아도 된다고!! 혹하게 된다.

농알못들은 모른다. 제일 잘하는 애들(은 보통 탑픽커, 탑팩커 라고 한다)은 하루이틀 거기서 일한 애들이 아니다. 최소 몇 달에서 부터 몇년까지 농장서 썩은 애들이다. 기계처럼 따고 기계처럼 싸는 애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 간 사람들은 절~~~대로 그렇게 잘 할 수 없으며 몇달을 일해도 잘 못하는 사람들 수두룩 빽빽하다.

아니 근데 여기서 피라미드가 왜 나오는건데? 싶을거다. 마치 저 문단만 읽어보면 걍 사람 하나가 다 일하는거 아니야?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놀랍게도 이 새끼 위에 이새끼를 부리는 개새끼가 있고 그 개새끼 위에 또 개개새끼가 있고 걔 위에 또 개개개새끼가 있고 그렇다. 아니 그럼 얘네들은 돈을 어떻게 벌길래?? 싶지요?

 


네 이제 그런애들 배불려 준게 저같은 외노자들인 것이지요.
농장에서 딸기 한 박스당 3불 줄게! 하면 중간서 컨츄렉터 놈들은 우리한테는 한 박스당 2불이랭~ 하고 박스당 1불을 삥땅쳐 먹는 것이다 (내가 실제로 겪었던 사례) 딸기 한창 시즌동안 아무리 못따는 사람도 대략 100박스 정도는 따는데 그럼 한 사람당 100불 이상은 삥땅쳐 먹는 것이다. 그런데 한 명한테서 100불만 삥땅쳐도 부리는 애들이 20명이면ㅋㅋㅋ 한국돈으로 하루에 적어도 174만원이 어딘가로 증발하는 것임. 그런것이 다 저런 다단계 사기충들 주머니로 들어가지요.

자 이쯤에서 이 사기꾼들이 하는 일을 좀 정리해볼게요

1. 구인글 올려서 농장외노자 구하기
2. 걔네 농장숙소까지 데리고 오기
3. 그 농장 숙소 관리하기
4. 자기 윗대가리랑, 농장 사이에서 의견 조율하기
5. 그러면서도 외노자 애들이랑도 의견 조율하고 부려먹기
6. 외노자 애들 숙소에서부터 농장까지 데려다주기
7. 농장일 끝나면 다시 숙소로 데려다주기
8. 일주일에 한 번 마트 데려가주기

대충 이런게 있음
일거리가 이게 대충 썻는데도 상당히 많아보이죠? 한 사람이 한 사람만 관리하면 모를까 한 사람이 몇십명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 그렇기 때문에 이새끼들 규모를 엄청 키워서 조직적으로 이걸 다 함. 야 너는 숙소 1 관리해, 너는 숙소 2 관리해, 너는 애들 픽업 맡아, 너는 오늘 외노자 애들 몇명 전담 케어해 걔 요새 딸기 많이 못따더라 이런 식으로. 이런 애들이 모여서 컨츄렉 컴퍼니가 됨. 어라 이거 완전 다단계 아니냐?




내가 손수 그린 카불쳐의 피라미드. 아마 이걸 보면 이해가 쉽게 될듯. 

 

 

 

 

 

웃긴건 호주 땅떵이가 하도 넓다보니 이렇게 대규모 컨츄렉 컴퍼니가 엄청 많고 이게 이놈들이 몸집이 엄청 커서 카불쳐 뿐만 아니라 스탠소프까지도 뚫어놓은 농장이 있고 그럼ㅋㅋㅋㅋㅋ 하도 이런 컨츄렉 컴퍼니가 성행하다보니 지역의 인력소개 사무소들은 더이상 일을 하지 않는 지경까지 가버렸다.

 

가장 의문인 점은 이런 짓거리 하는 컨츄렉터라는 놈들중에 경상도 사람들이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 그래서 카불쳐 가서 놀랐잖아. 이곳은.... 경상남도 카불쳐시 인가 싶어서. 암튼 거기서 그런일 하는 사람들 중에 한국서 제대로 살았던 사람들 정말 몇 명 없다. 질이 엄청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마저도 어떤 사람은 한국서 전과 있는 사람도 있었음 (애초에 크리미널 체크 어떻게 통과한건지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