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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 체험기] 차의 중요성

2021-07-07 | 조회수 13 | 댓글수 0 | 추천수 0


[신문물 체험기] 차의 중요성


요즘 나는 차를 몰고 다닌다.
아빠가 10년 넘게 몰던 싼타페인데 차 상태가 운전연습하기 딱 좋아서 냉큼 받겠다고 해버림.
20만키로로 꽤 많이 달린 차 인데 일단 목표는 30만 언저리로 타고 폐차 하는 것이다. 다들 20만이라는 숫자만 들어도 ㄷㄷ 하는데 나는 사실 호주서 50만 키로 달렸던 차들이 양심없이 중고차 매물로 나온걸 많이 봐서 그런가 걍 쩜 마니 타긴 했네~ 하지만 별 생각은 안드는.... 모그렇다ㅋ 그래도 편도 20키로 넘어가는 거리는 가지 않으려고 하긴 함.


요새 내 나이대 또래 여자들 사이에서도 운전이 좀 핫한 유행(?)이 된거 같다. 아니면 원래 다들 내나이쯤 되면 몰고다니는건지ㅋㅋ 아무튼 운전하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정말로 운전은 그렇다. 그래서 오늘은 장마대비 유막제거+발수코팅 한 기념 운전 뽐뿌 팍팍 넣는 글을 한 번 써볼까 하고 오랜만에 티스토리를 켜봤다.

호주서 남의 차 얻어타고 다니던 나


호주가서 운전을 하겠다는 일념하에 한국서 호다닥 면허를 땄던 나는 결론적으론 호주서 운전을 하지는 못했다. 차를 살 돈도 있었지만 연수 받을 기회가 없어서 (사람들은 운전연수 시켜주는 것을 대부분 귀찮아 한다) 남의 차 얻어타고 다녔음. 도시에서는 운전 못해서 문제될게 전혀 없었지만 호주 깡시골은 얘기가 달랐다. 300키로를 우습게 달려야 다른도시로 넘어갈 지경으로 나라가 넓다보니 마트를 걸어서 40분을 가야했었음 (이정도면 가까운거. 진짜 깡시골은 마트 차타고 한 시간 반ㅋㅋㅋㅋㅋ) 가는거야 젊어서 어떻게 간다지만 물건사고 오는게 문제였었다. 애초에 사람 다니는 길도 아닌 길로 걸어오다가 동양인 여자애들 보고 신기한 호주 시골 촌놈들이 경적을 빵 울리고 간다거나 소리를 왁 지르고 간다거나 하는 일도 겪었다. 지금 와서 그때 그 도로를 생각해보면 진짜 널찍널찍했고 차도 별로 없었고 쇼핑센터 주차도 넉넉했는데 대체 왜 운전하는거 무서워했던건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은 픽업보이들한테 아쉬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마트 일주일에 두번가는거 부족하다 하면 다른사람들은 일주일에 한번가는데 유난떤다 이런ㅋㅋㅋ 쫌생이스러운 대화들....


새언니의 자식, 그러니까 내 조카는 아마 지금쯤 훌륭한 초딩이 되어있을텐데 새언니는 조카를 키울때 운전 할 줄을 몰라서 아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애기 업고 양손에 그득그득 장봐서 대중교통 타고 뭐 그렇게 했다고 함 (남편이 차 사준댔는데 본인이 무서워서 운전 못함) 얘기만 들어도 고생이 훤히 보이는데 당연히 엄청 고생했었고 뒤늦게 운전 배워서 운전 시작했는데 정말로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ㅋㅋㅋ 딴 사람들은 몰라도 애기아빠엄마는 꼭 운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새언니는 나에게 꼭 꼭 운전 하라고 당부를 했었다.


엄마의 회사 동료는 엄마와 동갑인데 평생 운전을 안하고 사셨다 (면허는 있으셨음) 늘 남편의 차를 얻어타고 다녔는데 나이가 드니 엄마 동료분의 어머님 건강이 안좋아지셨다고 함. 일주일에 한 번은 내려가서 상태를 봐야하는데 문제는 늙은 남편이 태워다주기 귀찮다고 안태워다줌. 결국은 50 넘어서 운전을 시작하시는데 엄마가 걱정 된다고... 우리 엄마는 요새 슬슬 노안 때문에 눈도 잘 안보이고 해서 괜히 겁이 많아지는지 운전하기 무섭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그래서 나한테 은근슬쩍 운전을 빨리 익힐 것을 종용하였음...

드라이브 스루 가는 나


운전의 장점은 정말 많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것은 위와 같은 상황들에서 아쉬운 소리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임. 호주에서 마트 일주일에 한 번 가느니 두번 가느니로 싸웠던건 나에게 정말 자존심 상했던 일이였음. 마트 가는거 그게 뭐라고 그걸 못해서 이런 인간한테 굽신굽신 해야하는지에 대한 그런 것들. 결국 막판에는 뜻 맞는 친구들과 우버를 쉐어해서 타고가곤 했었을 정도였다. 지금은 가까운 거리는 남들 막 태워준다고 함ㅋㅋㅋㅋ



운전의 장점 두번째는 운전을 하게되면 상당한 체력을 아낄 수 있게 된다는 거다. 나같은 경우는 일단 대중교통을 타러가는 그순간부터 좀 힘들어 하는 사람이다. 난 겨울의 한파보다 여름의 불볕더위에 더 취약한 사람인데 일단 나가기위해 머리를 드라이하는 그 순간부터 기분이 좋지 않음. 애써 화장하고 드라이까지 다 했는데 나오고보니 습기 때문에 곱슬곱슬 다시 일어나는 머리와 열기에 열리는 모공까지. 요새는 마스크까지 더해져서 더 힘듦. 우리집에서 부터 대중교통까지는 걸어서 10분정도인데 그 정도를 걷는거 조차 넘 짜증이 난당. 그렇게 힘겹게 대중교통 탔는데 앉을 자리가 없다면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워짐 (특히 지하철) 나는 몇년전 극심한 다이어트로 인해 저혈압으로 인한 실신을 많이 했었는데 대중교통서 몇번 주저앉은 이후로 더더욱 대중교통 타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글고 의미없이 대중교통서 핸드폰 보고있는 것도 싫고 멀미나고 괜히 사람들 얼굴 구경하는 것도 별로 유쾌하지 않음. 남들이 나 쳐다보는건 더 싫음. 운전을 하고나니 옷차림에 구애받지 않고 (특히 신발...!)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게 넘 좋음. 날씨로 인해 낭비될 에너지가 없으니 좀더 만남에 체력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됨. 장거리연애 하던 시절 왕복 거의 네시간을 소모해 만나던 데이트를 결국 견디지 못하고 헤어졌던 일이 있다. 개고생 해서 나왔는데 별 볼일 없는 데이트코스면 진짜 너무 화났거든.


데이트 시장에서 차는 더더욱 중요하다. 젊을때야 대중교통 타고 여기저기 쏘다녀도 안 힘들지. 직장인이 되면 체력이 넘나 소중해서 그런데 체력 낭비하고 싶어지지 않다그... 데이트때 쓸 체력도 빠듯하다 이거야ㅠ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데이트 시장에서의 차의 중요성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지만 후반쯤으로 넘어가면 한 쪽은 반드시 직장인이 된다. 슬슬 다른 커플들과의 비교군이 생기게 됨. 당연히 여자들은 같은 값이면 차 있는 남자들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서울/수도권 사람이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그마저도 30대 넘어가면 모닝 스파크 아반떼 이런차도 개 무시당함ㅠ 최소한의 양보로 차는 없어도 숙련된 운전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렌트카 마저도 운전할 수 없다고 하면 진짜 여자들 싸늘하게 식음... 요즘은 코시국이라 국내여행 비율이 엄청 늘어서 특히 더 운전 못하면 기념일에 어디 놀러갈 수도 없음. 코시국 전에야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됐었지만 요새는 해외여행도 안되잔아ㅠ




주차연습中 나의 애마 (a.k.a 조상님)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운전을 정말정말 추천한다. 물론 나같은 경우는 시기가 딱딱 들어맞았다. 운전감을 완전히 잃기 전 차를 받았고 차의 상태가 제법 괜찮았고 남자친구가 운전연수를 이것저것 어깃장 놓거나 훈수 두지 않고 잘 가르쳐 주는 사람이였고 뭐 그런 것들. 그런데도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호주서 어떻게든 운전 연수를 받았으면 워홀생활에 추억이 더 많이 남았겠지? 이런 생각을 요새 참 많이 한다.